출출한 퇴근길에 생각나는 따뜻한 국수 한 그릇. 내게 국수는 날이 추우면 추워서 생각나고, 더우면 또 더운데로 생각나는 음식이다.
수영에 있는 종점분식. 국수, 우동, 시락국밥이 주력메뉴인 것 같은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 문을 닫았더라. 저녁 늦게 문을 열어 새벽까지 영업하는 집으로 알고 있다. 배산역 할매우동같은 느낌의 집이랄까.
아쉬운 마음에 걷다가 발견한 분식집. 수영 팔도시장 인근에 위치해 있다. 팔도시장 안에 있는 칼국수집은 문을 닫았고, 이 집도 퇴근하려던 사장님이 마지막 손님으로 받아주셨다.
밖에서 들어올 때 상호가 보이지 않아 간판없는국수집인가 했는데, 간판 없는 건 맞고 상호는 있었다. 가볍게 따뜻한 국수 하나랑 기본김밥 하나를 주문해 본다.
마감하려고 옷도 입으신 것 같은데 죄송죄송. 당시 여기서 안먹었으면 어디서 무엇을 먹었을까.
먼저 김밥을 말아 내어주고.
계란지단과 부추, 김치, 김가루를 올린 국수를 내어준다. 한 그릇 3천원짜리 국수인데 고명도 양도 만족스럽다.
빨간 그릇이 눈에 확 띈다.
고명과 면을 국물에 잘 풀어주고.
한 젓가락. 적당한 탄력도 느껴지면서 부드러운게 딱 적장하게 잘 삶겼다.
국수만 먹으면 뭔가 허전하지 않은가. 평소 칼국수와는 달리 국수나 우동 국물에 밥을 말아 먹은 기억은 없다. 대신 김밥이 있으면 항상 주문하는 편이다.
새콤한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입에 군침이 고인다.
김밥에 김치 올려도 먹어본다. 김치말이 김밥을 먹는 느낌이랄까.
그냥 먹고 김치 올려서 먹고, 국물에 한 번 찍어서도 먹고. 음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줄 알면 입이 즐겁다. 단점은 음식을 적당히 먹기가 힘들어진다고 해야할까. 나이가 들면 음식 양도 조절해야한다는데 그래서 뱃살이 점점 늘어나나 보다.
맛난 음식에 대한 예의. 꼭 맛나지 않더라도 적당히 먹을만 하더라도 음식을 남기지 않는 편이다. 어릴적부터 밥 한톨 남기면 안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랴. 덕분에 지금까지 나트륨 섭취량, 탄수화물 섭취량이 매우 높았다. 주변에서는 식사량 조절할 때 칼국수 먹고, 밥까지 말아서 국물까지 비워버렸으니. 빈 그릇을 보며 새해에는 국물 좀 남기는 습관, 음식 좀 덜 먹는 습관을 길러야지 하면서도 그게 제일 어렵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9시까지 영업을 마쳐야 하지만, 당시 그 이후에도 먹을 수 있었던 분식집. 간판은 없지만 상호는 친구김밥이었다. 부담없는 가격에 배를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집. 이런 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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