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어린시절 먹던 김치국밥이 자주 생각난다. 그래서 김치국밥 한 그릇 할 수 있는 집이 없을까 검색을 하다, 우연히 김치수제비를 판매하는 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영교차로에서 동방오거리쪽으로 오다보면 할매국수라는 노란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도로에 무학로 57이라는 주소가 보인다.
가게에 들어서니 정면에 메뉴들이 보인다. 망설임없이 김치수제비를 주문했지만, 기본메뉴인 물국수도 궁금하다.
물국수 한 그릇 3천원. 검색했을 때 물국수 사진을 봤지만, 결코 적지 않은 양이었고 고명도 잘 올라가 있었는데 가격이 참 착하다. 내가 주문한 김치수제비도 4,500원이니 역시나 착한 가격이다.
김치수제비만 나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적은 양이지만 밥도 함께 내어준다. 김치, 단무지와 함께 이렇게 한 쟁반을 받으니 만족도가 확 올라간다.
국물이 걸쭉한 스타일, 뻑뻑한 스타일의 김치수제비를 내심 기대했는데 국물이 맑은 편이다.
국물 먼저 한 숟가락 떠 먹어보니 새콤한 신김치의 맛이 느껴진다.
건더기 확인도 할 겸 고명으로 올라간 김가루와 수제비를 한번 저어준다.
어릴적 밥국으로 부르던 추억의 김치국밥은 식은 밥을 넣고 끓이다보니 밥에서 우러난 전분 때문에 국물이 걸쭉했다.
수제비의 두께가 두꺼웠다면 걸쭉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두꺼운 수제비를 익히려면 오래 끓여야 하고, 그러면 밀가루에서 우러난 전분으로 인해 국물이 걸쭉해질 것이다. 이 집은 수제비의 두께가 상당히 얇다. 반죽을 얇디 얇게 편 후 손으로 찢었나보다.
계란도 풀어서 넣었다. 새콤한 국물이나 부드러운 수제비 맛도 맛이지만, 이 가격에 계란까지 풀어 넣은건 감사할 뿐이다.
수제비 몇 점을 건져 먹다가 걸쭉한 국물을 만들기 위해 함께 나온 밥을 말아준다.
탄수화물에 탄수화물을 말아버린 격인가. 밥, 면, 떡, 빵 할 것 없이 워낙 탄수화물을 좋아하다보니 최상의 조합 중 하나다.
이렇게 말아놓고 보니 국물도 제법 걸쭉해보인다.
잘 익은 김치도 한 점 올려서 먹으니 더욱 맛이 난다.
김치수제비 안에 들어간 김치는 잘게 다져서 넣은터라 국물이 새콤하긴 해도 씹히는 식감이 부족하다.
수제비와 밥을 함께 말아 신김치를 걸쳐주면 시큼한 맛도 식감도 더해져 한층 만족스럽다.
맛난 음식에 대한 예의.
오늘도 깔끔하게 비웠다.
걸쭉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밥도 함께 말아서 오래 저어주면 맛나게 먹을 수 있겠다. 과음 뒤 속을 풀어줄 수 있는 국물이 필요하다면 처음 그 대로 맑은 스타일의 국물을 그대로 마셔도 좋을 듯 하다.
이렇든 저렇든 맛도 가격도 참 감사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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