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일. 새해를 맞아 시작한 다이어트 금주가 끝나고,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 전 날도 과음으로 입맛이 집을 나가 버렸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연산동 매운수제비. 이 집의 매운수제비도 먹어보고, 김치국밥수제비도 먹어봤는데 입맛 없는 날에는 새콤한 김치국밥수제비 한 그릇이면 입맛이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울산에 유명한 매운수제비집이 있는걸로 아는데 거긴 아직 가보지 못했다. 저수지수제비, 율리수제비로도 불리더라. 그 집과 상호는 같은데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매운수제비는 어탕이 베이스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많이 매울까 걱정도 했었는데 그리 많이 맵진 않더라.
이 날은 집나간 입맛을 잡으려고 김치국밥수제비 주문. 아직 식사전이라는 친구는 전화로 콩국수를 주문했다.
메인메뉴만큼이나 유명한 김치 3종. 배추김치, 총각무김치, 물김치는 따로 판매할 정도로 김치부심이 있는 집이다.
음식이 나왔는데 친구는 올 생각을 안한다. 콩국수는 면발이 가늘기에 불어버릴까 걱정도 됐지만, 사진 찍다 보면 오겠지 싶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콩국수. 살짝 맛 보려다가 참았다.
김치국밥수제비. 그리웠던 메뉴. 어릴 때 집에서는 밥국이라 불렀다. 경북에서는 갱시기, 갱죽이라고 부르더라.
이리저리 휘젓고 있으니 친구가 왔다. 술이 덜 깼는지 숟가락질도 제대로 안된다.
뜨끈뜨끈한 김치국밥수제비.
새콤한 김치와 국물이 매력있다.
가출한 입맛을 되돌리는 그런 맛이랄까.
입맛이 없어 아무것도 먹기 싫었는데 속이 뜨끈해지면서 확 풀리는 기분이다.
그래서 먹다가 결심을 한다.
평소처럼 "공깃밥 하나 추가요."
국물을 그냥 마셔버리기엔 뭔가 아까운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술이 깨나보다.
밥을 마는 동안 친구는 콩국수와 함께 김치까지 다 먹어버렸다.
김치 더 가져다 먹기엔 뭔가 애매하고 귀찮고, 그래도 나에겐 김치국밥 국물이 있다.
그렇게 술이 깨고. 또 그날의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살빼고 간에 휴식 좀 주려고 100일간 금주를 했건만, 금주가 끝난 뒤 약 2달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신 것 같다. 적게 마신것도 아니고 신나게 달렸으니 힘이 들 수 밖에. 그래서 다시 금주를 해야하나 싶은 요즘. 나에겐 절주가 금주보다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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