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두루치기와 제육볶음의 차이가 뭔가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두루치기는 물기가 있고, 제육볶음은 물기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둘 다 같은 요리인데 다르게 부를 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
나는 개인적으로 두루치기가 상위개념이고, 제육볶음은 그 하위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제육'은 '저육' 말 그대로 돼지고기를 볶은 요리인 것이고, 두루치기도 조리방법은 유사하지만 재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흔히 두루치기라고 하면 돼지고기를 재료로 한 두루치기를 떠올리지만, 두부를 재료로 한 두부 두루치기도 있고, 오징어를 재료로 한 두루치기도 있다. 글을 쓰다보니 급 골목포차의 두부두루치기가 생각난다.
초량육거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초량불백거리가 나온다. 불백거리 인근에 위치한 청도식당. 두루치기가 생각나 찾은 이 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인근 동네 어르신들의 낮술장소이자 식사장소. 어떤 집이 온라인에서 널리 회자된다는 것이 단골 어르신들의 아지트를 빼앗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된다.
혼자 식사겸 반주를 기울이는 분도 있더라.
5천원짜리 두루치기 1인상이다.
인근 불백집이나 낚지볶음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긴 손잡이가 달린 냄비. 1인분인데 고기를 비롯해 내용물이 푸짐하다. 두루치기를 받아 든 순간 '이건 밥 두공기짜리야.'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
콩잎을 포함해 7가지 반찬과 조미김이 곁들여진다. 반찬의 종류는 그때그때 다르다.
바로 구운 계란후라이도 내어준다.
두툼하게 썬 고기도 푸짐하게 들어있다.
공깃밥 위에 덜어 조금씩 비벼준다. 밥이나 반찬이 부족하면 얼마든지 말하라고 한다. 인심이 후하다.
입안 가득히 채워 씹는 느낌을 즐겨본다.
고기의 껍데기도 있고, 비계도 있다.
조미김 위에 올려 싸 먹는 맛도 있다.
오랜만에 콩잎을 보니 식욕이 상승한다.
5천원이라는 가격에 계란후라이까지 주니 마냥 감사할 뿐.
마음은 밥 한공기 더 주문해서 남은 양념에 비벼 먹고 싶었는데, 탄수화물을 너무 사랑하기에 가급적 줄이고자 참았다. 하지만 아직도 국물이 있는 음식을 주문하면 면 다 건져 먹고 공깃밥 하나 말아먹거나, 밥 한공기는 반찬으로 비우고, 다른 한 공기는 국물에 말아먹고 싶은 식욕을 참기 힘들다.
술을 안마시는 건 쉬워도 밥이나 면을 참는건 참 어렵다.
푸짐한 인심이 느껴지는 집. 반찬 가짓수며 계란후라이와 후식 야쿠르트까지 구성도 참 좋다. 심지어 가격도 착하다. 다만 술 기운이 올라오는 어르신들의 언성이 높을 수 있고, 카드는 불가하다는 정도는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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