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철을 맞은 해물들이 침샘을 자극한다.
알이 꽉 찬 주꾸미, 향긋한 미더덕, 달콤한 새조개, 고소하고 담백한 털게.
"용원어시장에서 제철 쭈꾸미와 새조개 샤브샤브"
그 중에 알찬 주꾸미와 달콤한 새조개를 샤브샤브 해 먹기 위해 용원어시장으로 가봤다.
4년만에 방문한 용원어시장.
코로나를 잊은 듯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여기저기 시장을 둘러보며
주꾸미 시세를 물어보니 1kg에 3.5만원이라고 한다.
시세다보니 변동폭이 있나보다.
얼마전 맛있는부산 밴드에 올라와 있던 시세보다는 조금 비싼 듯.
제철을 맞은 주꾸미와 새조개는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호객행위 끌려...
여긴 주꾸미가 1키로에 5만원이란다.
다른데 1키로 3만5천원 하는건 알없다고 하는 말에 낚였다.
대가리에 알이 찬 쭈꾸미 보라며, 크기보라며...
그래서 결국 여기서 사기로 했다.
새조개도 보여준다.
방금 깐 새조개는 1키로에 6만원이라고 한다.
쭈꾸미와 새조개 반반도 해줄 수 있단다.
그래서 쭈꾸미 반키로 2만5천원.
새조개 반키로 3만원 해서 5만5천원치를 샀다.
동영상을 찍고 있으니 다시 쭈꾸미 한 마리를 건져 보여준다.
대가리가 통통한게 알이 꽉 차있을거라는 기대감 가득.
수산물회센터 뒤편에는 흔히 초장집이라고 부른는 집들이 모여있다.
여러 집들 중에서 바다초장집으로 안내받았다.
회센터에는 몇번 중매인, 몇번 중매인 이렇게 번호를 달고 있다.
초장집 마다 중매인과 계약이 되어 있어 그쪽에서 회나 해물을 장만하면 해당 초장집에서 먹을 수 있었다.
중매인에게 해물이나 회를 장만 해 받은 뒤 본인이 가고 싶은 집을 가도 된다.
좌식과 탁자식으로 나뉘어진 구조.
폭신한 장판이 깔려있는 좌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않았다.
기본상차림.
자그마한 미니게는 오랜만에 본다.
회를 먹을 경우 1인당 4천원 초장값을 지불하고 먹는데,
샤브샤브의 경우 1인당 1만원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중매인 아주머니가 장만한 쭈꾸미와 새조개를 가져다 준다.
활동량이 많은 세마리는 소쿠리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사이즈가 제법 커 보이는 세 마리는 움직임이 없는걸 보니 죽은 것 같다.
이내 샤브샤브 냄비를 가져다 준다.
냄비 안에는 봄을 가장 먼저 알린다는 봄동과 미나리, 팽이버섯이 보인다.
냄비에 불을 올리고 쭈꾸미 세 마리를 집어 먼저 집어 넣었다.
꿈틀꿈틀하던 쭈꾸미의 움직임은 어느새 멈추고,
한 놈은 먹물을 뿜어 국물 색이 어둡게 변했다.
파란소쿠리에 불그스름한건 피조개다.
서비스 많이 챙겨준다는게 피조개를 말하는 거였구나.
대가리는 푹 익혀 먹어야 하니 가위로 잘라내고
다리는 적당히 익혀 건져준다.
쫄깃 탱글 부드러운 삼종식감의 쭈꾸미 다리.
바다의 짠맛과 쭈꾸미의 단맛이 함께 어우러진다.
꼬시래기가 국물안에 들어있다.
꼬시래기 무침의 꼬득꼬득하게 씹히는 식감과는 달리 푹 퍼진 식감이라 매력은 없다.
집게에 붙어 대롱대롱 매달리는 쭈꾸미.
쭈꾸미를 먹고 새조개를 넣어준다.
국물은 처음 넣은 쭈꾸미의 먹통이 터져 검은 빛으로 변했다.
한 숟가락 떠 먹어보면 짭조름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있다.
새조개는 살짝 데친 뒤 바로 건져준다.
건질 때 주꾸미 대가리도 같이 건져냈다.
대가리에 찬 알을 확인 할 시간.
일부러 살집 부분만 가위로 살짝 잘라냈더니
통통한 알이 모습을 드러낸다.
알을 감싸고 있는 막을 잘라봤더니 쌀처럼 생긴 쭈꾸미 알이 나타났다.
사실 쭈꾸미 알이 특별한 맛이 있는건 아니다.
쭈꾸미 6마리 중에 3마리는 알이 차 있고,
3마리는 먹통이었다.
수컷이었는지 정소만 남아있더라.
홀쭉하고 활기찬 놈은 수컷이었나보다.
단맛 좋은 새조개.
새조개는 지금까지 먹어 본 애들 중에 제일 사이즈가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호객행위가 있는 집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였으면 가지도 않았겠지만, 대낮부터 제철 쭈꾸미와 새조개 한 번 먹어보고자 이렇게 발품을 팔았는데
덤탱이 쓴 것 같아서 기분이 씁쓸했다.
쭈꾸미 6마리 전부 알이 꽉 차있었더라면 그런 기분은 안들었겠지만...
다음에는 맛있는부산 밴드에 소개 된 집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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