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생고기.
대구, 경북에서는 뭉퉁뭉퉁하게 썰어준다고 해서 뭉티기라고도 부른다.
부산에서는 도축시스템이 달라 좀처럼 맛볼 수 없던 메뉴인데,
경북에서 당일 배송으로 생고기를 공수하는 가게가 생겼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수영 보광당탕제원, 부산에서도 경북의 생고기(뭉티기)를 즐겨보자"
그런데 상호가 재밌다.
보광당탕제원.
탕제원이 있던 가게의 간판을 살리고, 상호도 그대로 사용한다.
가게는 협소한 편.
카운터석 8자리정도에 4인 테이블 하나.
아무래도 경북의 생고기를 맛볼 수 있는 집이 생겼다는 소문은 부산 곳곳에 순식간에 퍼질 것이라...
앞으로 자리 경쟁이 치열하리라 본다.
방문 목적은 육사시미(경북식 뭉티기)이기에 먼저 하나 주문하고,
소맥으로 시원하게 입가심 해 본다.
1인쉐프의 음식점이라 손님이 몰리면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다.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는 어느정도 필요할 것 같다.
우렁이와 모자반, 미역을 새콤하게 무쳤고,
감자샐러드에는 베이컨을 올렸다.
뭉티기는 당일 도축 후 사후경직이 일어나기 전에 먹는 것도 중요하고,
특색있는 이 양념장의 맛도 중요하다.
우둔을 뭉퉁뭉퉁하게 썰어주는 스타일은 아니고,
생고기에 칼맛을 더해 회를 뜨듯이 사시미로 내어주는 스타일이다.
대구 범어동에 한식주점 맥과 같은 방식의 육사시미인데,
고기의 결에 따라 식감이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는 것도 재밌다.
뭉티기는 양념장 맛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오히려 9번 구운 자죽염에 콕 찍어 먹으면 풍미가 더 좋게 다가온다.
기호에 따라 고추냉이나 콩가루, 파를 곁들여도 된다.
쫀득하고 차진 식감이 역시 생고기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음식을 부산에서도 먹을 수 있다니.
기쁜 마음에 소주가 안들어갈 수 없다.
소금에 한 번
양념장에 한 번
번갈아 가며 즐기면 딱 좋다.
일잔일점 하다보니 어느새 소주 5병이 비워졌고,
새롭게 시작 해 본다.
이베리코 흑돼지를 튀긴 돈까스 메뉴.
점심을 돈까스 메뉴로 먹었더니 그렇게 당기는 메뉴는 아니었는데,
지인이 강력 추천했다.
빵가루의 바삭하고 고소한 맛과 두툼한 고기의 담백함이
점심 때 먹었던 전문점의 돈까스만큼 좋았다.
말돈소금을 곁들여서 먹으면 고기의 풍미가 더 좋아진다.
돈까스도 소주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
메뉴에 고래고기가 있어서 하나 주문했다.
고래 역시 술 안주로 참 좋다고 생각하는 메뉴인데 포항에서 공수한다고 한다.
울산, 포항과 부산은 삶는 스타일의 차이가 있다.
물론 고래촌, 밀양식당처럼 울산식으로 삶는 집들도 있지만,
이웃집, 자갈치 고래고깃집들 처럼 기름기가 쫙 빠지게 삶는 스타일이 많다.
바가지라고도 부르는 고래 등살은 기름기가 촉촉한 편이고,
우네라고 부르는 고래 턱밑살은 담백한데 꼬릿한 맛이 가미되었다.
기름진 고래고기 스타일이라 입문자보다는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 것 같다.
한 접시에 68,000원이니 가격도 좋다.
트러플와다육회.
육회에 해삼내장을 버무려서 트러플오일을 둘렀다.
맥에서 처음 맛봤던 강렬한 트러플 향의 느낌과는 달리 은은하게 감싸는 느낌이랄까.
굵직한 해삼내장과 육회의 조합도 좋은데 트러플 오일이 가미되어 향과 풍미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이다.
한 젓가락 집어 들어올리니 국수처럼 보인다.
해삼내장이 평소 보던 것 이상으로 제법 길고 굵직하다.
먼저 소주 5병과 맥주 1병을 치우고 2차전의 흔적...
4명 중에 한 명은 거의 안마셨으니 3명이서 소주 10병을 비운 셈이다.
자리가 협소하지만 않으면 언제든 가고 싶은 집.
생고기도 좋고, 고래고기도 좋고.
이 날 맛보지 못했던 음식도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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