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도 먹고싶고 수제비도 먹고 싶을 때 두 가지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칼국수와 수제비를 섞어 칼제비를 내어주는 집은 사랑이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볼일이 있어 들렀던 날.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인근에서 식사할만한 곳을 찾아보니 매생이와 굴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 보인다.
주력은 매생이굴국밥인 것 처럼 보였지만, 면을 사랑하고 밀가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칼제비가 눈에 딱 들어온다.
매생이굴국밥처럼 매생이와 굴을 같이 넣어줬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매생이칼제비였다.
홀에 4테이블이 전부인가 했더니 안쪽에 방도 있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방 구석에는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낮술을 걸치는 팀의 목소리도 들린다.
매생이칼제비 한 상. 혼밥이라 동그란 쟁반에 담은 채로 내어준다.
파란 국물의 매생이칼제비. 보기에도 걸쭉하다.
미운 사위가 오면 매생이국을 내어준다고 했던가. 매생이는 뜨거워도 표시가 안나 조심하지 않고 먹었다가는 입천장을 델수도 있다. 다행히 뜨겁지는 않았다. 딱 먹기 좋은 온도.
면발을 한번 저어주는데 젓가락에 딱딱한 게 걸린다. 바지락이었다.
칼국수 면발에 매생이가 붙어서 같이 올라온다. 쫀득한 칼국수 면발과 부드러운 매생이 식감의 조합이 나쁘지 않다. 면은 작접 칼로 썰어 울퉁불퉁하다.
손으로 뜯은 손수제비도 함께 맛볼 수 있어 좋다.
부산에서는 매생이굴국밥과 홍소족발 본점에서 곁들임으로 내어주는 매생이국을 먹어본 게 전부인 것 같다.
이런 매생이칼제비는 아니라도 매생이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국물은 걸쭉하고 짭조름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있다.
다음에 혹시 방문한다면 바지락 대신 굴을 넣어서 매생이굴칼제비는 안되는지 물어보고 싶다.
미처 사진은 못 찍었는데 제피를 넣은 김치의 톡 쏘는 맛이 매력있다. 메뉴에 어탕이 있는 걸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옆 테이블은 매생이굴전을 주문해서 먹던데 통통한 굴이 올라간 모습을 보니 다음엔 꼭 둘 이상으로 와야겠다고 생각 해 본다.
'국내여행 > 대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 봉덕시장 청도손칼국수, 얼큰함에 속이 풀리는 어탕 칼국수 (0) | 2020.12.22 |
---|---|
대구 남산동 김도영의 진주통닭, 바싹바싹 담백한 옛날통닭 (0) | 2020.12.17 |
대구 남산동 유창반점, 유명한 중화비빔밥 맵다 매워 (0) | 2020.12.10 |
대구 거래처식당, 탕제원에서 먹는 제철음식 굴보쌈 (0) | 2020.12.07 |
대구여행 범어동맥, 통영산 숨굴과 육사시미에 어울리는 우리술 (0) | 2020.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