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기간이라 습도도 높고 비도 자주 오고 꿉꿉한 날씨의 연속이다. 평소에도 면요리를 즐기지만 비오는 날은 역시 칼국수만한 게 없다.
집 뒤에 있다보니 지나가다가 항상 보는 곳이다.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현재는 연산동과 해운대 두 곳이 운영중이더라. 30년전통이라는 글을 봐서는 아마도 연산동이 본점일 것 같다.
기본 칼국수 하나와 김치칼국수 하나 주문. 매운칼국수는 기본 칼국수에 매운양념이 올라간다고 한다.
수저통 두껑에는 메뉴와 원산지표시가 되어 있다. 주방앞에 표시된 원산지표시는 김치도 표기되어 있었는데 국내산이었다.
두껍게 썬 단무지보다 얇게 썬 단무지가 더 마음에 든다. 두꺼운 단무지처럼 나눠서 먹을 필요가 없다. 버려지는 음식이 많다고 하니 조금씩 조금씩 덜어서 먹자.
김치칼국수는 온김치칼국수와 냉김치칼국수 두 종류가 있는데 김치국밥을 떠올리며 온김치칼국수로 주문했다. 더운 날에는 아무래도 냉김치칼국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김치칼국수에 김가루와 깨소금을 뿌려준다. 뭔가 김치국밥스러운 비주얼이랄까.
기본 칼국수. 두 종류의 칼국수 모두 고명이 심플하다. 양파를 잘게 썬 양념장과 김가루, 깨소금을 올렸다.
국물에 잠기고 고명에 가려진 면발과 처음 만나는 시간. 잘 저어준다.
면의 색이 좀 특이하다.
면을 반죽할 때 부추물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하얀 밀가루 색이 누르스름하면서도 푸르스름한 복합적인 색을 띄는 듯 하다.
김치국물을 머금어 색이 오묘한 김치칼국수와 달리 푸른빛이 많이 더 많이 감돈다.
여담이지만 푸른색, 파란색은 blue인데 왜 green을 파랗다고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더라. 우리는 옛날부터 푸를 청(青), 푸를 녹(緑)이라고 해서 블루와 그린을 푸르다, 파랗다고 써 왔기에 둘 다 쓸 수 있다.
국물은 김칫국이다. 평소 즐기는 음식인 김치국밥에 밥 대신 칼국수를 말아 먹는 느낌인데 적당히 신김치로 끓인 국물이라 김치 자체도 국물도 신맛이 과하지 않다.
익은 김치와 칼국수의 궁합이 좋다. 면발은 쫄깃보다는 물떡처럼 쫀득하고 차지다.
김치칼국수를 먹다가 기본 칼국수를 먹으면 많이 심심하다. 간을 맞추려고 양념을 요청하니 매운칼국수에 들어가는 양념장을 주던데 맵다고 조금만 넣으라고 한다.
김치칼국수의 면발을 먼저 다 먹어버려서 잠시 기본 칼국수 맛 좀 보고는 2라운드로 돌입.
공깃밥 하나를 주문해 남은 김칫국에 말아준다.
걸쭉한 김치국밥이 되었다.
김치칼국수에 들어 있는 김치와 함께 먹어도 맛있지만, 생김치를 올려 함께 먹어도 맛이 좋다. 간간이 얇은 단무지 하나로 입가심 해주면 입 안이 산뜻해지는 기분이다.
칼국수면을 조금 남긴 건 밥을 말아서 밥과 칼국수를 함께 먹고 싶었기 때문. 이렇게 먹는 것도 기분상 별미다.
공깃밥 하나와 김치칼국수 한 그릇 클리어.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고 있어 서민음식의 대명사 중 하나인 칼국수 가격도 역시나 치솟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곡물, 사료 가격이 오르고 있기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가격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겠다. 곡물가격이 안정된다고 해서 칼국수 판매가격이 내릴지는 의문이지만,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칼국수였으면 좋겠다.
어쨌건 이 집 김치칼국수 맛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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