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키토리(焼き鳥), 부위별로 발골한 닭을 꼬챙이에 꽂아 숯불에 구워먹는 요리.
단어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일본식 요리라 이자카야(居酒屋)에서 주로 맛볼 수 있다.
부산의 서면에는 야키토리로 유명한 소설담이 있다.
올해로 생긴지 3년차에 접어 들었는데 항상 손님들로 붐비는 야키토리전문 이자카야다.
우리말로 꼬치구이전문 선술집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작년 8월에 소설담 2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토종닭으로 야키토리 오마카세를 진행한적이 있다.
반응이 좋아 정식메뉴로 편성했는데 토종닭을 공수해야 하는 관계로 하루 전에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작년에 처음 맛보고 반년이 지나 두번째로 토종닭 야키토리를 맛볼 수 있었다.
메뉴판을 열어보니 순서에 따른 요리들이 적혀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 기대되는 순간이다.
물로 목을 축이고 있으니 나무 통에 담긴 야채를 보여주는데, 한 가지 야채를 선택하면 구이로 해 주겠다고 한다.
나는 아스파라거스를 일행은 양파를 선택했다.
조명에 변화가 생겼다. 못 보던 간접조명이 와인잔을 비춘다. 음악도 분위기도 음식의 맛을 더 좋게 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소설담의 분위기와 재즈풍의 음악 선곡은 음식맛도 술맛도 한층 북돋아준다.
양배추샐러드로 시작.
닭을 발골 해 꼬챙이에 꽂는 준비과정은 손님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일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이 간다. 꼬치를 뜨거운 숯불에 굽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첫번째 플레이트는 닭 안심 사시미. 닭안심을 레어로 구워주던 상수동 쿠시무라에서의 첫 기억은 신선했다. 살코기의 담백함에 뿌려진 소금의 짭짤한 맛. 그리고 부드럽다. 술안주 삼아 일잔일점 했다면, 시작부터 소주 다섯잔이 비워졌겠지.
첫번째 야키토리는 닭의 목살. 일본에서는 세세리(セセリ)라고도 부르는데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이 좋다. 치킨으로 먹을 때는 그렇게 거슬리던 닭 목살이 뼈를 발골 해 구워주는 야키토리로 만나니 목살만의 매력이 드러난다.
안창살은 소고기의 부위로만 생각했다. 내장 옆에 있는 살이라 육향도 맛도 진하다. 돼지는 갈매기살이라 부르는데 역시나 맛이 진하다. 닭의 안창살은 목살보다 쫄깃함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탄력이 좋다. 일본에서는 소, 돼지, 닭 할 것 없이 하라미(ハラミ)라고 하더라.
닭의 대퇴부 골반근육인데 이 부위를 발골한 모습이 굴처럼 보인다고 해서 닭굴이라고도 부른다. 일본에서는 소리레스(ソリレス)라고 하는데 다리 하나에 탁구공만한 크기로 나온다고 한다. 생김새만큼이나 탄력도 육즙도 풍부하다.
목살의 껍질은 따로 구워내고,
다리나 날개, 등과 같은 겉면은 껍질채로 구워낸다.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있는 등살의 껍질은 바싹하고 고소하다.
메인인 꼬치구이를 먹으며 중간중간에 입가심해줄 수 있는 생야채를 내어준다.
오이, 당근,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로마네스코브로콜리, 피노키오.
로마네스크라는 건축양식으로 익숙해서 이름이 길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피노키오는 신종 파프리카인데 고추처럼 긴 형태지만 색상은 파프리카다.
토종닭이라 그런지 허벅지 탄력이 더 좋아보인다.
씹으면 허벅지 살의 탱탱한 탄력이 이로 전해지고, 따뜻한 육즙이 입 안에 퍼져 고소함이 남는다.
목껍질만 따로 구워서 내어준다.
겉은 바싹한데 속은 부드럽고 촉촉하다.
지방이 풍부해 곱창맛이라 느낄 수도 있겠다.
극강의 고소한 맛이다.
새콤달콤하고 향이 좋은 마리네이드 방울토마토.
입안에 남은 기름진 여운을 간간히 없애주기 최적의 메뉴.
평소에 치킨에서 보던 스몰스몰한 닭날개가 아니다.
손으로 집어보면 그 사이즈가 느껴진다.
탄력이 좋고 뜯어 먹는 맛이 있다.
통통한 엉덩이살의 탄력.
닭 다리를 골반, 허벅지, 엉덩이로 구분했다.
닭다리 하나 집어 뜯어 먹을 때와 달리, 부위별로 맛의 차이를 느껴보자.
한 번 먹어보고 구분이 가능하진 않겠지만, 종종 접하다보면 블라인드 테스트도 가능하겠지.
닭도 꼬리가 있는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닭은 꼬리가 없다.
작게 튀어나온 꼬리는 지방덩어리라서 손질할 때 잘라 버린다.
그부분을 비장탄에 구워주는데 기름의 고소한 맛이 술안주하기 그만이다.
숯불에 구운 야채의 불향과 단맛이 참 좋다.
원래는 한가지씩 고르라고 한건데,
손님이 빠지면서 시간이 좀 있어서 다 구웠다고 한다.
바구니에 담겨있던 아스파라거스, 마, 대파, 양파, 방울토마토 구이다.
진한 고농축 양파링이라고 할까.
단맛도 참 좋다.
닭새우를 구워서 서비스로 내어준다.
몸통 껍질을 벗기고 성게알(ウニ)를 올려 구웠다.
동행이 성게알을 먹지 않는다고 하여
성게알을 올려 구운 닭새우 위에 성게알을 하나 더 올려 먹는 호사를 부렸다.
달달한 감태에 싸 먹는 성게알도 맛이 좋다.
수란은 좀 많이 익어서 반숙이었지만,
계란은 어떻게 먹어도 참 맛난 것 같다.
닭의 대동맥을 구워서 내어준다.
닭의 염통과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게 아마 닭의 피맛인가 보다.
식감은 쫄깃해서 매력있는 부위다.
이번 후식은 좀 독특하다.
사이폰커피를 추출하는 장비를 올리더니 아래쪽 플라스크에 육수를 붓는다.
육수는 발골하고 난 토종닭의 뼈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로드에 포르치니버섯 분말을 담아서 연결하고,
알코올 램프를 가열 해 준다.
육수가 열을 받으면서 끓기 시작하더니.
육수가 빨려 올라가서 포르치니버섯을 만났다.
불을 끄니까 포르치니버섯을 만났던 육수가 다시 내려온다.
색이 더욱 진해졌다.
한 모금마셔보니 한약이구나.
보양하는 느낌을 주는 탕약이랄까.
국물이 조금 식으니 육수의 구수한 맛도 느껴진다.
길죽길죽한 이 아이는 가지포도라고 한다.
처음 먹어보는데 달콤하고 아삭하다.
야키토리집은 감성이 있어야 하고,
소설담은 굴다리 감성을 가진 집이라고
누군가 그러더라.
감성이 있는 술맛나는 소설담.
곁에 있어 좋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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