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일본식 돈까스집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나 나름대로 옛날 경양식 돈까스와 구분하기 위해 돈카츠라고 부른다.
돈까스든 돈카츠든 튀긴 음식은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한번씩 생각날 때가 있다.
초량에는 오래된 경양식 돈까스집들이 몇 집 있다.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은 달과6펜스.
폴 고갱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 '달과6펜스'의 제목과 같은 이름인데 35년이나 된 집이다.
사는 곳과 가까운 연산동에도 동일한 상호의 달과6펜스가 있다.
연산동은 분점이고, 초량이 본점으로 알고 있다.
"부산역 달과6펜스 본점, 추억의 경양식 돈까스를 깔끔하게"
1985년에 오픈한 경양식 달과6펜스.
부산역에서 가깝다.
최근에 다녀본 경양식 돈까스집 중에서 제일 깔끔했다.
대부분 세월이 있다보니 허름한 인테리어였는데,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한 분위기였다.
기본 돈까스를 하나 주문하니 따뜻한 크림스프를 내어준다.
주변에는 식전 크림스프가 없으면 경양식 돈까스가 아니라는 기준을 가진 지인도 있다.
묽지도 되지도 않고 적당한 묽기의 크림스프의 따뜻하고 부드러움이 좋다.
어릴적에는 분말스프를 참 좋아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당시 밥이나 반찬들과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데
수퍼에 진열되어 있는 크림스프, 양송이스프, 옥수수스프를 종류대로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던 기억이 난다.
테이블은 제법 많은 편.
신종 코로나의 여파를 보여주는 모습이랄까.
저녁시간이지만 가게는 한산했다.
접시에 꾹꾹 눌러주는 접시밥.
학창시절 접시밥을 포크로 꾹꾹 눌러서 더 납작하게 만들어 먹는 친구도 있었다.
당시에 왜 그렇게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돈까스는 네모난 접시에 샐러드와 함께 담겨 나온다.
브라운소스가 올려진 돈까스에
마카로니샐러드, 양배추샐러드, 완두콩, 옥수수가 그 옆을 차지하고 있다.
고기는 타돈되어 납작하고 넓적하다.
튀김옷은 바싹해서 다 먹고 난 뒤의 내 입천장은 따끔따끔했고,
고기는 부드러웠다.
밥 위에 돈까스를 올려 돈까스밥을 만들어 먹는 재미를 즐겨도 본다.
브러운소스의 산미와 튀김과 고기의 고소함과 잘 어우러져 느끼하지 않게 돈까스를 먹을 수 있었다.
목축임용 국이 필요하면 셀프로 국물을 떠서 마셔도 된다.
오랜만에 먹는 경양식 돈까스라 그런지 배가 고파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진 한 끼였다.
돈까스를 즐기지는 않지만 틈틈이 부산의 경양식 돈까스집들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만들어 보고 싶다.
꾸준히 새로운 집들을 다니며 기록을 남긴다면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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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달과6펜스
유명 화가 '폴 고갱'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 '달과 6펜스'와 동일한 이름의 경양식 돈까스 전문점이다. 그래서인지 이름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식전에 내어주는 따뜻한 크림스프를 비우면 돈까스와 샐러드가 담긴 접시와 접시밥이 나온다. 부드럽게 타돈 된 고기와 바싹한 튀김옷, 브라운소스의 산미와 단맛이 적절하게 어울린다. 돈가스는 한 번에 다 썰어서 먹어도, 하나씩 썰어서 먹어도 좋다. 본점은 올해로 35년, 연산동 물만골역 인근의 달과6펜스는 20년이 넘었다. 그래서인지 두 집은 분위기도 맛도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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