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햄버거, 치킨, 피자를 참 좋아했었는데, 성인이 되고는 양식보다는 한식이 좋아졌다. 아마 술을 입에 대고서부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로 맥주보다 소주를 즐기다보니 자연스럽게 한식 안주들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고, 학창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참 좋아하던 햄버거, 치킨, 피자는 점점 내 입에서 멀어져 갔다.
그렇게 변한 입맛은 최근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더라. 다만 나도 가끔은 햄버거나 피자 생각이 난다. 그럴 때는 맥도널드나 버거킹 같은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보다 이왕이면 개인이 운영하면 수제 햄버거 가게를 찾게 된다.
생각해보면 20대 후반쯤 캐나다에 1년간 있으면서 그 흔한 햄버거를 먹은 기억이 없다. 당시 부산에서는 보지 못했지만 흔하게 볼 수 있던 브랜드가 서브웨이였다. 두어번 서브웨이를 먹은 기억은 있다. 당시 주문이 참 까다롭게 느껴졌다.
그렇다보니 사실 햄버거라는 음식에 대해서 잘 모른다. 기껏 최근에 먹어본 햄버거라고 해봐야 두바이에서 맛본 파이브가이즈가 전부다. 당시 함께 했던 동생이 권하던 파이브가이즈의 더블치즈버거에 밀크쉐이크 조합을 먹었더니 1년여간 햄버거 생각이 전혀 안나더라. 당시 먹었던 햄버거와 밀크쉐이크의 조합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날 정도로 내가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지인이 서면에 미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햄버거집이 있다며 먹어보자고 한다. 내게 당시 기억을 떠올려 보라며 아메리칸 치즈버거 더블로 주문해 줬다. 음료는 밀크쉐이크 대신 맥주 한 잔. 술이 곁들여지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코로나 2.5단계 사회적거리두기가 한창인 부산이라 가게가 한산하다. 주로 포장이나 배달 손님인데, 카운터에서는 배민 주문을 알리는 소리가 쉼 없이 울린다.
사이드로 웨지양념감자와 칠리치즈프라이도 주문. 포장재질은 종이를 사용하더라. 환경을 생각 해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버거 빵은 가게에서 직접 구워서 만드는데 제빵 과정에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투박한 패티 위에 흘러내린 칠리소스가 혀를 내밀고 있는 것 같다.
아메리칸 치즈버거의 패티는 최상급 호주산 와규라고 한다. 듣기로 와규라는 명칭은 동일한 품종이라도 일본에서 키운 소 이외에는 못 붙인다고 하더라. 호주산 와규라는 명칭을 여기저기서 많이 사용하던데, 일본의 와규와 같은 품종의 소를 호주에서 키웠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릴드 치킨버거. 아메리칸치즈버거와 마찬가지로 맛은 오리지널과 스파이시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사이즈는 더블이 기본이었다.
반으로 잘라보니 더블패티가 촉촉해 보인다. 실제 한 입 베어물었더니 입 안에 육향과 육즙이 가득찬다. 3번 구운 죽염으로 짭조름하게 패티의 간을 했고, 트랜스지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카놀라유를 사용한다고 한다.
호주산 와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3번 구운 죽염과 카놀라유를 사용한다는 것은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시트지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어찌됐건 이러한 시도는 먹는 이의 마음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아메리칸 치즈버거처럼 그릴드 치킨버거의 패티도 촉촉하다. 처음에 치킨버거라고 해서 튀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그릴드'라는 단어를 못 봤다.
익숙한 감자튀김보다 역시나 웨지스타일 감자가 맛있다.
미국스타일을 표방하는 수제 햄버거, 좋은 재료를 사용해 햄버거를 만드는 모습도 보기 좋고, 오랜만에 먹은 햄버거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탄산감 있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 곁들여져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파이브가이즈의 기억처럼 밀크쉐이크를 곁들였더라면 또 한동안 생각나지 않는 햄버거였을지도. 그만큼 패티의 촉촉함도 육향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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