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내 앞에는 해물이 놓여있다. 날씨 좋은 날 바닷가에서 해물한상 앞에 두고, 소주한잔 기울인다면 어찌 술 맛이 없을까.
부산도 제주만큼은 아니지만 해녀들이 차려주는 해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영도 중리에 위치한 해녀촌. 그리고 오륙도선착장이 있는 이 곳 역시 해녀들이 장만해주는 해물을 먹을 수 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쉬는 날이었다.
바다 구경을 하며 고민하다가 그리 멀지 않은 영도로 자리를 옮겼다.
영도 중리 해녀촌 도착. 입구에 주차를 하고 앞으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된다. 사진의 중앙에서 좌측에 회, 해산물이라고 적혀 있는 간판은 요즘 핫한 옥천횟집이다. 방문 당시는 생긴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영도 옥천횟집 포스팅은 여기.
해녀촌이라는 입간판을 새워놓고 아래에는 메뉴판을 달아놨다. 10년전에 부산역 앞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해녀촌을 방문했었다. 이후 조금씩 SNS를 통해 알려지고, 3대천왕에 성게소를 올려 먹는 김밥이 소개되 되면서 유명해졌다. 그러면서 우여곡절도 에피소드도 많았던 것 같다.
결국은 옛 해녀촌 앞에 영도해녀문화전시관이 만들어지고, 1층에는 해녀수산물판매장이 자리를 잡았더라.
해녀수산물판매장 앞에 놓인 간이테이블에서 먹거나 본인이 원하는 위치로 테이블을 옮겨 이렇게 운치 좋은 곳에서 먹을 수도 있다. 테이블과 음식을 직접 옮겨야하기에 수고가 필요하지만 운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녀수산물판매장의 3면에 수조가 놓여있다. 한번 둘러 보고 오른쪽 수조에 뒤에 서 계신 해녀 할머니께 주문.
과거에 비해 해녀할머니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본인들이 정한 순서대로 손님을 받으려고 기다리던 할머니들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고, 빨간 고무다라이에 담겨 있던 해물은 이제 수조에 담겨있다. 현금만 사용가능하던 시스템에서 이제는 카드도 사용하능하다.
주문을 하고 해물을 장만하는 동안 마음에 드는 위치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했다.
쟁반에 담아주는 해물과 라면, 김밥을 들고 테이블까지 조심조심 날랐다.
해물 3만원짜리와 5만원짜리의 차이는 해물 가짓수의 차이. 3만원짜리 해물은 멍게, 소라, 고둥으로 구성되고, 5만원짜리는 멍게, 소라, 해삼, 성게나 성게 대신 문어숙회나 낙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당시 3만원짜리 구성으로 주문하고, 성게소를 따로 주문했다. 해물라면과 김밥도 추가. 가격은 성게소 1만원, 해물라면 3천원, 김밥 2줄에 5천원이었다.
상품의 멍게나 해삼이 아니라면, 수조에 있는 해물 맛이야 거기서 거기 아닐까. 이 곳은 음식 맛보다 운치로 즐기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홍합과 문어가 들어 간 해물라면. 라면이야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이런데서 먹는 라면이 맛이 없을 수 있을까.
김밥은 두 줄 단위로 판매한다. 요즘 프리미엄 김밥의 전성시대라 기본 김밥 1줄에 2,500원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다.
성게소는 단맛 나는 애들과 쌉싸래한 맛이 나는 애들이 섞여 있다.
옮기고 사진 찍느라 살짝 불었지만 그래도 맛 좋은 라면.
김밥과 성게소를 주문한 이유는 성게소김밥을 만들어먹기 위함.
소주한잔 생각이 간절한 분위기와 안주였지만, 당시 100일 금주 막바지였던지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먹으면서 다음엔 꼭 소주병을 줄 세워 보리라 하고 다짐했는데 요즘 사람이 너무 많다고...
까만 차광막 아래에서 빨간 고무다라이에 해물을 담아놓고, 차례로 마수 손님을 기다리던 해녀할머니들. 두 번째 방문 때는 제일 처음에 방문했던 할머니에게 가려고 하다가, 제주 방언으로 서로 내 손님이라며 다투는 할머니들의 시끄러움을 감소해야 하기도 했다. 운이 좋으면 해녀복을 입은 할머니가 바다 위 하얀 부표에 매달아 놓은 해물을 가져다 주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고, 먹고 있으면 서비스로 해물을 더 썰어 주기도 했었다.
첫 방문으로부터 10년이 지난 해녀촌. 이제 제대로 된 건물 1층에 수조도 갖추어지고, 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 이용도 편리해졌다. 다만 내 기억 속 그 모습은 이제 볼 수 없고, 당시 그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아쉽다.
바다 지척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짠내를 맡으며, 운치를 즐기며 술잔을 기울이는 맛은 그 무엇에 비할 수 있으랴. 더위가 물러날 때 즈음 다시 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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