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산에도 경북식 생고기인 뭉티기 전문점들이 제법 보인다. 꼭 전문점이 아니라도 생고기를 맛볼 수 있는 집들도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육사시미와 경북식 생고기인 뭉티기는 차이가 있다. 주로 우둔을 사용하고 뭉툭 뭉툭 투박하게 썰어준다.
맛있는부산 밴드를 통해 연산동에 가성비 좋은 뭉티기집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당시 도화에 과메기도 시작했다고 해서 겸사겸사 다녀왔다. 민정한우수육국밥은 연산동 해물벌떼집 인근이더라. 골목안식당을 갈 때도 그렇고 자주 이 앞을 지나다녔는데도 이 집의 존재를 몰랐다. 그래서 찾아보니 생긴 지 오래된 가게는 아니더라. 2021년 10월쯤에 생긴 것 같다.
가게 작고 테이블이 많지 않다. 낮에는 식사메뉴를 취급하고 저녁에는 뭉티기나 아롱사태수육, 육전 같은 메뉴로 소주한잔 하는 분위기 같았다.
3시에 방문했는데 뭉티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30-40분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한우국밥과 육회비빔밥을 먼저 주문했다.
빨간 국물의 한우국밥. 뚝배기에 소의 머릿고기가 푸짐하다. 목이버섯도 들어갔던데 국밥에 목이버섯은 생소하다.
한우육회비빔밥은 대접에 다섯가지 나물반찬과 육회, 조미김을 담아주고 밥은 따로 내어준다. 메뉴를 보면 비빔밥도 있던데 7,000원이었다. 아마 육회의 추가여부에 따라 금액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나물이 담긴 대접에 밥을 담고, 비벼준다. 기본 반찬 중에 나물과 대접의 나물은 거의 비슷하기에 나물이 부족하면 더 넣고 비벼줘도 되겠다.
따로 고추장을 넣거나 하지는 않았다. 참기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육회에서 느껴지는 새콤한 산미가 살짝 거슬렸지만 나쁘지 않다.
육회비빔밥을 비비는 동안 한우국밥에 딸려나온 하얀 쌀밥에 오징어젓갈 한 점을 올려 먹었더니 입맛이 돈다.
반찬과 함께 밥을 먹다가 남은 밥은 국물에 말았다.
고기의 양이 많기는 했지만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먹는 동안 목이버섯이 계속 거슬렸는데, 안 들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
4시 가까이 되어서야 고기가 도착했다. 보니까 4시 이후는 술손님만 받는 것 같더라. 그래서 냉큼 소주 한 병 주문.
고기가 도착하니 양념장을 먼저 내어주더라. 양념은 두 가지로 고춧가루가 수북하게 뿌려진 양념과 간장베이스의 양념인데 단맛이 강한 게 경북식 뭉티기 양념과는 차이가 있었다.
고기가 도착하고 장만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에 4시 20분쯤 고기가 나왔다. 300g인데 가격이 무려 2만원이다.
뭉텅뭉텅하게 썬 뭉티기보다는 납작하게 썬 게 육사미에 가까운 모양이다. 고기를 어디서 받는지 궁금해서 여쭈어보니 김해에서 받는다고 한다.
뭉티기를 워낙 좋아해서 대구 갈 때면 항상 뭉티기를 먹고 왔다. 부산에는 뭉티기 집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최근에 뭉티기 집들이 많이 생겨 기쁘다. 다만 대구와 비교하면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고기의 결 반대로 썰고, 고기의 결대로 썰고. 두 가지 스타일로 고기를 썰어서 담아준다. 양념장의 단맛이 거슬린다면 따로 소금을 요청해서 콕 찍어 먹어도 좋겠더라.
이 날은 육회비빔밥도 뭉티기도 고기에서 산미가 느껴지던데 어찌 됐건 이 가격에 이렇게 먹을 수 있다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착한 가격에 생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한번 방문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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